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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날짜

창업은 의지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일이다

기대치를 낮추고 현실의 제약을 확인하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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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gifold Technolo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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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를 낮추고, 한계를 보고, 직접 부딪히는 사람만 오래간다.

창업을 준비한다고 말했을 때 다양한 반응을 들었다.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창업가라면 눈빛부터 달라야 하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태도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특별한 결심을 했다고 성공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의지를 불태운다고 해서 어제는 없던 제품과 고객이 오늘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 창업가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어떤 문제를 오랫동안 풀고 싶은 마음은 전혀 다르다.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훨씬 평범하다.

힘들어도 자꾸 생각나는 문제인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손이 가는 일인지, 실패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오늘 할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다.

의지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

“나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말은 강해 보인다.

하지만 그 말에는 종종 높은 기대치가 숨어 있다. 곧 성과가 나야 하고, 주변에서 나의 도전을 인정해줘야 하며, 지금의 고생이 언젠가 멋진 이야기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기대다.

현실이 그 기대를 충족해주지 않으면 의지는 빠르게 소진된다.

제품은 생각만큼 빨리 나오지 않는다. 사용자는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가까운 사람조차 내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무엇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는 채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시간도 길다.

그래서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한 가지를 말한다면, 더 뜨거워지라고 하기보다 기대치를 낮추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그래야 몇 달 만에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향 전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길은 생각보다 멋지지 않다. 당장 큰돈을 벌게 해주지도 않는다. 무언가 거창한 일이 시작됐다는 감각조차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날은 어제 풀지 못한 문제를 오늘 다시 붙잡는 일에 가깝다.

영감을 주는 말이 계속 필요해서 창업하고 싶은가. 유명해지고 싶어서 창업하고 싶은가. “그냥 오늘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돌아올 수 없는가.

이 질문 중 하나라도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은 창업보다 직장을 다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일까?

기대치를 낮춘다는 말은 목표를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목표와 보상을 분리하자는 뜻에 가깝다. 큰 문제를 풀겠다는 목표는 유지하되, 그 목표가 곧바로 성과나 인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다.

나는 창업을 시작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지금 하는 일은 이미 세상에 필요하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대신 실패하지 않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해야 할 일을 오늘 끝낼 수 있는 크기로 잘게 나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한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음 시도를 바꾼다. 그렇게 하루 단위로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성공 여부가 아니다.

오늘 무엇을 시도할지,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지, 그리고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결정하는 정도다.

AI는 현실의 한계를 없앴을까?

이 생각은 창업가 개인의 태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창업가가 높은 기대치로 현실을 왜곡하면 결국 스스로 지친다. 조직의 리더가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현실을 왜곡하면 그 비용을 실무자가 대신 부담한다. 둘 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제대로 보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최근에는 AI가 복잡한 문맥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조직에서도 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거의 사라졌다는 착각이 생기고 있다. 작업을 실행하고 검증한 결과를 다음 시도에 반영하는 Loop Engineering 같은 구조도, 이름을 붙이고 도구를 연결하면 곧바로 만들어질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AI가 마법처럼 보인다고 해서 현실의 한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메모리, 연산 능력, 전력, 시간은 모두 유한하다. 모델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문맥에도 한계가 있고, 조직이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 변화량에도 한계가 있다. 한 병목이 완화되면 다른 병목이 드러난다.

우리가 구조를 만들고 최적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원이 무한해서가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에, 일을 나누고 문맥을 정리하며 실패를 검증 가능한 단위로 만든다. 좋은 구조는 멋진 다이어그램이 아니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같은 실수를 덜 반복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현실을 무시한 낙관론은 제약을 확인하지 않은 약속이 반복될 때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리더는 AI 기반 제품이나 업무 자동화가 곧 완성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무자는 매일 같은 병목과 예외를 마주한다. 약속과 현실의 차이가 반복되면 실무자는 리더의 말을 믿지 않게 되고, 리더는 실무자가 변화에 저항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약속과 현실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AI 도구를 더 도입하는 일은 제약을 확인하고 약속을 조정한 뒤의 문제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에서는 어떤 도구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왜 리더는 어려운 실무로 돌아가야 할까?

내가 아는 한 이 간극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리더가 다시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은 간단한 업무를 한두 번 처리해보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 조직이 마주한 일 중 문맥이 가장 크고, 실패 가능성이 높으며, 여러 제약이 얽힌 문제를 직접 맡아보는 자리다.

리더는 역할의 특성상 실무에서 멀어지기 쉽다. 직접 실행할 때 보이던 예외와 맥락도 전달 단계를 거치며 조금씩 압축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졌는지는 보고만으로 알기 어렵다.

그래서 리더는 정기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직접 맡아야 한다.

직접 해결책을 독점하라는 뜻은 아니다. 실무자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현재의 기술과 자원으로 무엇까지 가능한지, 어떤 결정이 현장에 어떤 비용을 만드는지 다시 체감하기 위해서다.

목표를 현실과 연결하는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예상과 실제 병목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다음 결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 비교가 반복되면 리더의 낙관은 압박이 아니라 방향이 되고, 실무자의 어려움도 변명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제약으로 보인다.

리더가 현장을 떠난 채 “왜 안 되지?”만 반복하면 조직의 문맥은 둘로 갈라진다. 반대로 리더가 병목을 확인하고 목표와 약속을 조정하면, 같은 목표를 두고 더 정직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구조

나는 성공을 확신해서 창업한 것이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현실의 한계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키려는 원칙은 단순하다.

  1.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되, 풀고 싶은 문제의 기준은 낮추지 않는다.
  2. 큰 목표를 오늘 실행하고 검증할 수 있는 크기로 나눈다.
  3. 실패를 숨기지 않고, 다음 시도를 바꾸는 정보로 사용한다.
  4. 리더가 되더라도 가장 어려운 실무의 문맥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AI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지만, 그 아래에 있는 현실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시간은 여전히 필요하고, 자원은 여전히 유한하며, 신뢰는 제약을 함께 확인하고 약속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성공하겠다는 사람보다 현실을 보면서도 오늘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오래간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창업을 계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