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쓴 날짜
AI는 맥락을 대신하지 않는다
AI가 일부 지적 작업을 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며 호출 비용은 낮췄지만, 맥락과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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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gifold Technologies
나는 왜 지금 창업했는가
AI에 대한 기대는 한 번 현실과 부딪혀야 한다. 기대가 걷혀야 무엇이 실제 가치였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마침 나도 창업을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이전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반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망설였던 이유도 분명했다. 여러 조직에서 구조와 리더십의 문제를 겪었다. 사람을 고용하면 내가 싫어했던 문제를 다시 만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AI가 그 두려움을 없애준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고용하고, 나머지는 직접 맡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나는 AI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믿어서 창업한 것이 아니다. AI가 무엇을 해결하지 못하는지 알면서도, 내가 직접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창업했다.
AI 시대의 변화는 일부 지적 작업이 복제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지능의 호출 비용은 낮아졌지만, 맥락과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비싸다.
작은 성공은 왜 큰 착각이 되는가?
AI는 처음부터 만드는 작은 도구를 잘 만든다. 목표와 제약이 선명하고, 과거의 결정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운영된 제품의 기능 하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제품 결정, 예외 처리, 데이터 구조, 배포 방식, 다른 팀과의 약속, 문서화되지 않은 규칙이 함께 움직인다.
새로 만든 작은 도구의 성공은 오래 운영된 제품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증거가 아니다.
나는 이 과신을 작은 성공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작은 작업이 쉽게 끝났다는 이유로, 복잡한 제품과 조직의 맥락까지 사라졌다고 믿는 상태다.
나는 문제 정의부터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스크톱과 그래픽스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기능 하나를 제품에 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을 다시 꺼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관리 역할은 채용, 평가, 목표 정렬처럼 다른 중요한 맥락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가장 복잡한 구현과 멀어지기 쉽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거리다.
AI가 빨라진 것과 조직이 빨라진 것은 다르다.
리더는 가장 어려운 실무로 돌아가야 한다
- 맥락을 줄인다. 코드와 문서, 의사결정 기록을 정리하고 작업의 경계를 다시 만든다.
- 구조를 바꿀 사람에게 권한을 준다. 책임만 맡기지 말고 시간과 결정권, 평가와 보상을 함께 준다.
- 기술의 발전을 관찰하되 기다림을 전략으로 삼지 않는다. 더 좋은 모델은 도움이 되지만, 오늘 줄일 수 있는 맥락은 오늘 줄인다.
세 방법을 섞되, 기다리는 일만 전략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를 그대로 남겨두기 때문이다.
특히 맥락을 줄이려면 결정권자가 어떤 병목이 맥락을 키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정기적으로 가장 어려운 실무에 들어가야 한다. 작은 도구를 한두 번 만들어보는 자리가 아니다. 조직에서 문맥이 가장 크고, 실패 가능성이 높으며, 여러 제약이 얽힌 문제를 직접 맡아보는 자리다.
해결책을 독점하라는 뜻은 아니다. 실무자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직접 확인하고, 현장 감각을 되찾으라는 뜻이다.
리더가 그 감각을 잃으면 “AI로 쉬워졌다”는 낙관이 일정과 평가로 내려가고, 그 비용을 실무자가 대신 낸다.
AI는 구조를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든 먼저 우리가 가진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경계 자체를 넓힐 수 있다면 넓히고, 그렇지 않다면 그 안의 시간과 맥락, 연산 자원을 최적화해야 한다.
내가 AI를 많이 썼기 때문에,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는다는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AI를 믿기 전에 구조를 믿었다.
나는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 이유는 내가 원자 함수라고 부르는 작은 단위 때문이다. 더 쪼개도 얻는 것이 없는 단위는 다시 고민하지 않고,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이 원칙은 AI보다 먼저 있었다. 나는 이 방식으로 여러 엔지니어링 영역을 오가며 복잡한 일을 작은 결정으로 나눠왔다.
AI는 그 구조 위에서 강해진다. 작업이 작아지면 필요한 맥락도 줄어든다. 반대로 큰 목표만 주면 AI는 빈 곳을 그럴듯한 가정으로 채우고, 검증 비용을 사람에게 돌려준다.
AI는 구조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구조를 증폭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세계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AI는 일부 지적 작업의 호출 비용을 낮추지만, 무엇을 호출할지 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과 조직의 몫이다.
“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 the limits of my world.”
— Ludwig Wittgenstein,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5.6
내가 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결국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계의 범위를 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단기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이런 판단의 근거와 맥락을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다. 흩어진 생각과 경험, 결정의 이유를 연결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보이게 만들고 싶다. 내가 개인 온톨로지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그런 세상을 예언하기보다, 오늘의 작은 실행으로 조금씩 만들고 싶다.